와인애호가 설레게 하는 신흥 강자, 루마니아 와인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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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체조요정 코마네치, 독재자 차우세우크. 루마니아를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단어다. 하지만 최근 루마니아와 연관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단어가 더 늘었다. '와인'이다. 놀랍게도 루마니아는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 나올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가 많은 와인 생산지다. 이 고대 와인 생산지가 사람들에게서 잠시 잊혀졌다가 다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큘라의 배경으로 유명한 루마니아가 최근 와인 신흥 강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 Pixabay
루마니아 와인 역사는 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고 있는 조지아가 8000년 전(기원전 6000년)부터 와인을 생산했고, 메소포타미아가 3000년 전이라고 하니 루마니아 또한 유서 깊은 와인 생산지인 셈이다. 역사만 긴 것이 아니다. 루마니아 와인은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오디세이에 등장할 정도로 고품질의 와인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때, 루마니아의 지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루마니아의 위도는 북위 43~49도다. 세계 3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북부, 이탈리아 중부 지방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 토양과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루마니아의 와인은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등의 명품 와인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루마니아가 와인 생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의 전쟁으로 정세와 문화 발달이 서유럽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근대에 들어서는 소련 체제의 영향을 받으며 사실상 서방 국가들에게는 잊혀진 나라가 되었다. 특히 소련 체제의 영향은 와인 생산지의 관점으로는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소련이 주변의 와인 생산국들을 와인 대량 생산 기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품질보다 생산량이 우선되었고 이는 고품질 와인 시장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와인 생산 기술이 정체되거나 퇴화되었다.
이랬던 루마니아가 다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주목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0년 초중반 이후부터다. 정확히는 2007년 EU 가입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서유럽의 와인 자본과 기술이 대거 유입되었고, 그에 힘입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정치사적 해방과 더불어 또 하나의 운이 루마니아 와인의 부활에 일조한다. 19세기 말까지 루마니아는 토착 품종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러다 1880년대 전후 당시 서유럽을 휩쓸던 와인 흑사병, 필록세라로 루마니아의 포도밭도 황폐화된다. 이후 루마니아에서도 포도밭을 갈아엎으며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말벡,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국제 품종들을 식재하기 시작한다.
좋은 토질에 저렴한 지대와 인건비라는 매력에 서유럽의 와인 생산자와 판매상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호주,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생산자와 판매상들이 필록세라 극복기에 심은 포도 품종을 기반으로 새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여러 와인 생산 기술을 접목시켜 짧은 시간 내 테이블급 와인부터 고품질 명품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루마니아는 와인 생산 기술의 각축장이자 박물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루마니아 와인은 세상과 단절되었다가 다시 세계 와인 시장에 등장한 터라 서유럽처럼 굳이 전통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신대륙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누아의 블렌딩부터,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에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를 블렌딩하고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에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나 페테아스카 레갈라라는 품종을 블렌딩하는 등 혁신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여 기존 시장에는 없던 와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 결과 루마니아 와인은 기존 세계 와인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풍미를 선사하며 새로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루마니아 와인은 실험적인 블렌딩을 통해 와인애호가들에게 새로운 풍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 와인 문화 태동기에 사람들이 많이 입문한 프랑스 와인, 이후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품종은 프랑스 품종보다 산미가 강했다. 이후 유행한 칠레 같은 신대륙 와인은 폭탄 같은 과일 향과 꽃 향이 특징이었다. 루마니아 토착 품종 중 주요 품종은 신기하게도 과일 향과 꽃 향이 많이 나면서도 기존 국제 품종과 비교하며 맛이 크게 낯설지 않다. 산도나 탄닌감도 적당하여 국제 품종과 블렌딩 했을 때 잘 융화되면서도 새로운 풍미와 시너지를 준다. 즉 초보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애호가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또 다른 맛과 향의 세계를 선사하고 가성비까지 좋으니 각광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은 양과 질적으로 성장하며 2021년 5.3억만 달러를 수입하며 와인 1차 빅뱅을 이뤘다 평가받는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점이고, 곧 2차 빅뱅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 2차 빅뱅에는 직간접적으로 구소련 체제에 속해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조지아, 헝가리 등 동중부 유럽국과 포르투갈, 그리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알자와 남서부지역, 루아르, 이탈리아 남부 지역, 호주 등에서 지역별로 좀 더 세분화된 와인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와인 문화의 성숙은 곧 맛과 향의 세분화가 진행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3월 와인컨슈머리포트 4.0의 2차 주제로 바로 이 동유럽 신흥 와인 강국 '루마니아 와인'을 준비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맛볼 기회가 없었던 루마니아 와인 20여 종을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와 함께 시음하고 평가할 수 있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평가회는 23년 3월 18일 2시부터 5시까지 중앙일보 상암 사옥에서 개최되며, 참가 신청은 와인컨슈머리포트 홈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신청자에게는 더 중앙 플러스 2개월 무료 구독 혜택도 제공된다. 이철형 와인소풍 대표 cooki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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