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에너지 수입 통로’ 공습에 루마니아 대피령…전쟁 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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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에서 첫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이 나토(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구조 당국은 17일(현지시각) 루마니아-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마을인 체아탈키오이·플라우루 등 2곳에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인구 300명 미만 작은 마을인 체아탈키오이에서는 주민들이 구조대의 미니 버스로 피신했다. 플라우루에서도 100∼150명이 대피했다. 인근의 도로·선박 운행도 중단됐다.
이들 마을은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의 내륙 항구인 이즈마일을 마주보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이즈마일에 정박해있던 튀르키예 국적의 민간 액화석유가스(LPG)선을 드론(무인기)로 공습해 화재가 나자, 루마니아는 선박 내 가스 폭발 등을 우려해 주민들을 피신시켰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루마니아가 러시아군 공격 여파로 주민들을 대피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튀르키예 선박에 있던 승조원 16명 중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우강 하류의 이즈마일 항구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가스·석유 등을 수출입 하는 주요 통로다.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동부 전선에서 먼 서쪽 국경에 있어,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항구였다. 그러나 최근엔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을 끊기 위해 장거리 드론을 이곳까지 보내고 있다. 이에 강 건너 루마니아까지 피해 우려가 커진 것이다.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동쪽 경계에 있는 루마니아에선 최근 러시아와의 긴장이 악화 일로다. 9월13일 루마니아 동부에 러시아 드론 한대가 침범해 루마니아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한 데 이어, 루마니아 영토서 러시아군 드론 파편이 발견돼 지난 14일 루마니아 외교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성명을 내어 “러시아군 소속 드론이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며 규탄했다. 이에 루마니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텔레그램에 올린 입장에서 ‘러시아는 루마니아 영공에 침입하지 않았다’며, 이번 초치가 루마니아 정부의 “쇼”라고 비꼬았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출처: 한겨레(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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